애국심...

넋두리 2014. 5. 20. 08:36

내가 중학교에 입학했을때... 첨으로 머리를 빡빡깎고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는 교복을 입고 곷피는 봄날... 학교에 갔을때... 건국대학교와 붙어있는 건국중학교라서 학교 운동장에 군인들과 탱크가 와있었다... 그저 신기했었다... 광주에서는 어떤 학살이 신군부에 의해 행해지는지 모르는채로...


그리고 대학생이 되겠다고 공부를 하던... 응? 공부도 하고 기타도 치면서 내 시간을 잘 배분(?!)하고 살 때... 매케하고 눈과 코가 따가워서 왜 저렇게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들 안달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86년 대학생이 되서 알게된 사실... 뭐지? 내가 알던... 또 살아왔던 세상은... 속았다는 생각보다 이런 이상한 상황이 화가 났었다... 그렇게 철썩같이 믿고 살아왔던 그 모든게 전부 거짓이 되버리는게 화가 났다... 그래서 집회가 있거나 시위가 있으면 꼭 참석해서 총학에서 얘기하는 것들을 듣고 또 들었다... 그리고 돌도 던졌고... 비록 다른 학우들이 봤을 땐... 그냥 날나리 학생으로 보여졌을른지 몰라도... 난 나름의 정의와 부조리를 깨버리는데 작은 힘이라도 되고 싶었다... 심지어 한 복학생 형이 혈서를 쓸때 나도 하고 싶었다... 물론 겁이 나서 못했다...--;


그리고 결국 우리의 국민들이 끌어낸 군부독재의 호헌철폐와 6.29 항복선언... 그땐 이제 서울의 봄이 비로서야 오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순진하고 어리석었던 우리의 바람과는 반대로 역시 또다른 군사정권이 들어서게 되었고... 그때 느꼈던 소위 말하는 기성세대에 극단적인 반감이 생겼었다...


그리고... 거의 30년이 흐른 후에... 군부독재 시절과 크게 발전하지도 달라지지도 않은 위정자들을 보면서 이젠 환멸과 자조섞인 시선만 남아있었다... 하지만 99년 시랜드 화제 사건 그리고 이번 세월호 참사를 연결시켜 보면서... 이 나라의 기성세대로서 뭔가를 해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또 뭘 할른지는 나만의 비밀로... 하지만 분명히 뭔가를 할거다...


너무도 미안해서... 너무도 면목이 없어서... 우리 애들에게... 우리... 젊은이들에게... 이 따위 나라를 만들려고 그렇게 싸웠던가... 아직도 썩은 시체의 악취처럼 여기저기 잔뜩 묻어서 남아있는 부조리의 흔적이 날 더욱 초라하고 작아지게 한다....


어제 저녁에 뉴스를 보는데 둘째넘이 와서 이런 저런 야그를 하다가 내게 뜨끔한 얘기를 했다... "내가 이런 나라에 산다는게 창피하다고..." 그래서 부랴부랴... 내 뱉은 말이... 그래도... 이렇게 욕이라도 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는게 중요한거다... 라고는 했지만... 나도 맘 깊숙한 곳에서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런 생각이 든다는건... 나도 모르게 내가 남의 탓을 하고 있다는 것... 분명히 바꿀 수 있었고... 바로 잡을 수 있었을텐데... 


애국심...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사랑하고 지켜내려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생각이겠지... 계란으로 바위치기? 이젠 내 나이도 어언 쉰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그렇게 순진하고 어리식을 수만은 없기에... 이젠 바위에 흔적만 남기는 달걀보다는 한방울... 한방울... 떨어져서 결국 언젠간 바위에 구명을 뚫을 수 있는 작은 물방울이라도 되련다...


미안하다... 애들아... 이렇게 밖에 못 해서...

Posted by 성욱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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