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때문에 내 기억에 왜곡이 오는거 같아서 나중에라도 그 끔찍했던 날의 기억을 잊지 않도록 남겨놓으려는거다... 응? 쫌 그런가? 암튼... 내방 쥬크박스에서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라는 노래가 흐르면서 이렇게라도 끄적거리고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몇자 끄적여 본다...


1989년 3월 28일... 이날은 내한 공연을 했던 스트라이퍼의 공연실황을 점심 때 쯤 MBC에서 해줬었다... 입대하는 날... 무엇보다도 끔찍했던건 이걸 못보고 간다는거... 응?


암튼... 남들 다가는 논산에도 못가고 102보로 집결지가 정해져서... 뭔가 꼬인 듯한 느낌적인 느낌...


아침에 깨서 밥을 물에 말아서 꾸역꾸역 한그릇 때려먹고.. 아부지랑 엄마한테 큰절을 하고 출발... 엄마랑 이모들이 함께 주셨었다... 보충대 근처에 가서 내 기억엔 민물회에 점심을 먹었던거 같다... 102보에 도착해서 장정 대기 장소... 걍 계단이었지... 암튼 거기서 엄마랑 이모들이 함께 앉아있다가 가족여러분들은 내려오시라는 방송에 엄마랑 이모들은 내려가셨고 난... 걍 고개를 푹 숙였다... 밑에서 나를 찾는 엄마의 표정을 보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도저히 잘가시라는 인삿말을 못드리겠더만...


걍 고개 숙이고 있다가 잠시 후 시작된 지옥... 가족들이 빠져나가자 마자 군발이들 입에서는 썅욕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특기병 차출을 위해 문선대, 의무, 운전 등에 해당하는 병과의 담당자들이 와서 따로 거수해서 불러내더군... 난 당근 문선대에 기타를 쳤다고 갔고... 튜닝이 제대로 안된 세고비아 기타로 진짜루 혼신을 다해 연주했다... 녀석들의 입이 벌어지는 순간... 아 됐다... 이제 군대 3년동안에도 내 손가락이 썩지는 않겠구나... 라며 뿌듯해 하던 그 순간... 내 귀에 울리는 방송... "90번 장정 이하영, 90번 장정 이하영은 XXX로 즉시 올 수 있도록..." 응? 이거 뭐지? 내가 문제가 있어서 집에 보내주려나? 하면서 가봤더니...


에휴... 거긴 수방사 차출 장소... 내가 왜 거기에 불려갔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암튼... 내 기록 카드를 보던 담당관이 왠지 낭패라는 표정을 지으며... 2급은 안된다면서 다시 장정 대기소로 가란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생각이 무쟈게 빨리 뛰어서 돌아왔더니... 문선대 차출 담당관이 수방사 끗발에 눌려서 씨발씨발 하면서 딴넘들을 뽑아서 가버렸단다... 음... 진짜 뭔가 꼬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옆에 있던 넘이 씨부리던 소리... 11사단만 안가면 된다... 11사단이 그렇게 빡새냐고 물었고... 11사, 2사단만 아니면 된다는 녀석의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등에 식은땀이 흐르면서 슬픈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11사단 13연대 신병교육대로 배치를 받았다... 그 담날... 군복을 지급 받고.. 트럭에 실려서 도착한 11사단 신교대... 아놔... 지금도 위병소에서 우릴 보고 쪼개던 위병근무자의 표정이 잊혀지질 않는다...


암튼 그렇게 내 입대날은 꼬일 수 있는 모든게  다 꼬여서 시작되었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뭔가 모르게 아직도 답답해지는 내 가슴이 느껴지곤 한다...


이제 곧 50이 되는 나이에 어디가서 내 군대 야그를 씨부리겠냐... 그래서 김광석의 노래를 들은 기념으로 내 입대날의 기억을 끄적여 봤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는 모르겠지만...ㅋㅋㅋ

Posted by 성욱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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